* 사진은 아와싸(Awasa)로 가는 길에서 만난 소금을 손에 들고 있는 소녀
* 아래 사진은 길가에서 딸기와 딸기잼을 사면서......, 로돌프 신부님의 뒷 모습이 보인다
건훈이와 나는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있던 에디오피아로 로돌프 신부님을 뵈러 가게 되었다.
아프리카로 간다하니까 동생들을 비롯해 주변에서 더 걱정을 해준다.
"말라리아 예방접종도 꼭 해야하고, 그 곳에서는 야채도 날 걸로 먹으면 안 되고
여러가지로 조심해야 할게 많을거야."라며 신신 당부를 한다. 하지만 나와 건훈이는 말라리아
예방주사도 맞지 않았다. 그냥 모기에 물리지 않게 옷에 부착 시킬 수 있는 약만 하나 준비하고
갔다. 하지만 에디오피아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옷에 부착하는 걸 붙이고 잠을 청했어도 밤새
"왱~"하고 악착같이 달려드는 모기에게 나와 건훈이는 얼굴만 스무군데도 더 물려야 했다.
나도 인터넷을 뒤져 그 곳의 날씨며 여러 정보를 얻었지만 에디오피아도 아프리카이니까
무지 더울 거라는 생각에 그저 얇은 옷만 몇 벌 가지고 갔다.
태국을 경유해 에디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 아바바(Addis Ababa)에 도착을 한 시간은 새벽
5시40분........, 그 곳에서 비자를 발급받고, 통관을 하고 나오니 제법 오래 시간이 걸렸다.
공항에는 하루 전날부터 로돌프 신부님과 타페세 신부님은 계시는 플라사에서 하루종일
운전을 해 아디스 아바바로 오셔서 한 수도원에서 묵고 새벽에 우리를 마중 나오신 것이다.
밖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고, 아프리카라는데 갑자기 한기가 느껴진다. 그냥 알고있는
상식으로 얇은 옷만 가지고온 내가 잘못이었다. 로돌프 신부님께서는 그런 내가 추워보였는
"이 곳은 산이 많아 좀 추운편이예요. 하지만 낮에는 덥기도 해요."라고 하시며 입었던
조끼로 벗어 주신다.
그 조끼는 오는 날까지 얼마나 유용하게 입었는지 모른다. 건훈이 역시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젊다는 이유만으로 잘 견디는 것 같다.
로돌프 신부님은 40년전에 에디오피아로 오셔서 가장 가난한 이들과 평생을 함께 하고 계셨고
타페세 신부님은 에디오피아에서 태어 났고, 아직 30대의 젊은 신부님이다.
"오느라 수고 많았지요? 환영합니다."
우리는 무척 생소한 인사법이지만 서로 껴안고 볼을 부비며 일년만의 해후를 했다.
작년에 모처럼 체세 마을로 휴가를 오신 신부님을 뵈었지만, 이번에는 신부님께서 오랫동안
계시는 에디오피아의 오지마을을 찾아서 왔다.
반갑게 맞이 해 주시는 두 분의 신부님과 함께 타페세 신부님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아바사
(Absasa)로 떠났다. 신부님이 계시는 곳은 아바사에서도 비포장 도로를 타고 한참을 더
가야하는 픞라사라고 오지마을 이다. 전기도 없고, 빗물을 받아 마시고, 길도 없다는 그 곳......,
아디스 아바바는 제법 차들도 많았는데, 공기가 아주 탁했다. 하지만 아디스 아바바를 벗어난
에디오피아의 풍경은 산이 많아 공기가 맑고 아름다왔다. 사람들이 많이 걷고 있는 것 같아
신부님께 여쭈어보니 (물론 통역은 건훈이가 했지만)
"이곳 사람들은 특별한 교통수단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서 한 시간씩 걸어다니는 것은 아주 보통이고
거의 몇시간씩은 걸어서 다니고 있어요."라고 설명을 해 주신다.
"그런데 길가에 주욱 메달려 있는 프라스틱 물통은 왜 걸어 놓은거예요?"
"아! 여기는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심해서 이슬이 생겨요. 그걸 식수로 사용하기 위해 해 놓은
것입니다. 물이 워낙 귀한 곳이라 저런 방법도 흔히 쓰고 있어요."
길을 가는 도중에 타페세 신부님은 타이어를 점검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시기에 우리도 모두
따라 내렸다. 한 소녀가 꼬쬐째한 손에 하얀 소금을 가지고 다가왔다. 로돌프 신부님께서
돈을 조금 쥐어주자 어느 순간에 여기저기서 많은 아이들이 모여 들었다.
모두들 우리 주위를 에워싸며 "캔디, 캔디"를 외친다. 처음에는 왜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캔디,
캔디"를 외치는지 몰랐는데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 로돌프 신부님께서는
"이 곳의 아이들은 외국인들을 보면 우선 '캔디'부터 달라고 해요. 외국인들이 아이들에게 사탕이나
돈을 조금씩 쥐어주니까 받는 데 익숙해져 있어요."라고 말씀 하시면서 조그만 가방에서 캔디를
몇개 꺼내더니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우리가 공항에 내려서부터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는데 약 한시간쯤 지나니 비는 그치고 맑은
하늘과 싱그러운 녹색의 들판과 나무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빗물 고인 곳에서는 빨레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소들은 그 물을 마시기도 하고, 아이들은 그 물에서 놀기도 한다. "이렇게
아름답고 자원이 풍부할 것 나라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할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아직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통해 조금씩 그 가난을
느낄 수가 있었다. 옷은 다 떨어져 구멍이 나 있고 맨발에 짐을 가득 지고 가는 사람들......,
어디론가 걷고 또 걸어가는 사람들......, 아이들은 다 헤지고 때가 가득낀 옷을 입고 외국사람만 보면
"캔디, 캔디......,"를 외치고, 남루한 옷을 입은 젊은 엄마가 눈에는 눈꼽이 가득끼고 얼굴에 파리가
달라붙고 있는 아기를 안고 구걸을 하는 모습.......,
우리는 지금 이 곳보다 더 오지마을로 가고 있는 중이다. 그 곳에는 또 어떤 이들이 살고 있을까?
아디스 아바바가 멀어질수록, 문명 세계와는 동떨어진 다른 세계로 우리는 가고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길가에 딸기 파는 곳이 보이니까 신부님께서는 차를 세우고 딸기와 딸기잼을 사셨다. 어딜가나
옥수수 밭이 많았고, 바나나나무, 그리고 여러 작물들이 자라고 있는 풍경이다. 작은 마을을
지날 때 보니 마치 내가 어렸을 때 살던 60년대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가옥의 형태는 많이
다르지만 사는 수준이 그만큼 낙후되어 있었다. 조금 좋은 집은 양철로 만든 집에서 살고,
(물론 녹이 슬고 아주 초라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붕은 볏 집단으로 만들고 벽은 진흑으로
만든 고조베트(에디오피아의 전통가옥이름)라고 하는 집에서 살고 있다.
* 여행기는 조금씩 꾸준히 올려 드리겠어요. 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과 일평생을
함께 하고 계시는 분들을 통해 함께 많이 배우고 느끼는 여행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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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5 AM 12: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