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에 건훈이와 함께 아주 짧은 여정으로 이디오피아에서 모처럼 휴가를 받아 나오신
지로꼬 신부님의 동생 신부님을 뵙기 위해 신부님의 고향 마을인 체세로 향했다.

가는 준비를 좀 철저하게 해야 했는데, 깜빡 잊고 화장품을 가지고 가지 않아 이태리의 뜨거운
햇살을 그냥 맨얼굴로 다녀야 했다.
또한 로돌프 신부님과 많은 친척들을 '쌩얼'로 만나게 되었는데, 저녁 식사 때마다
신부님과 친척들은 나를 보고 "아주 피곤해 보인다."란 말을 한다.
"에구, 공항에 내렸을 때 하나 살껄.....,"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누군가 "여자들의 화장은 무죄"라고 했다.

20대가 되어 얼굴에 아름답게 보이려고 바르는 것을 화장이라고 하고, 30대가 얼굴에
바르면 분장이라고 한다. 40대가 되어 얼굴에 잡티가 생기고 기미가 끼기 시작하고
얼굴에는 화운데이션을 진하게 발라야 하기 때문에 40대는 변장이라고 한다.
50대가 되면 주름살이 깊어지고, 위장을 해야하고, 60대에는 포장이라고 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는데 나는 50대이니 위장이라도 했어야 했다.

그 위장도 하지 않고, 로돌프 신부님, 동생 가족, 조카부부, 손주들, 여동생 가족.......,
그 외에도 많은 동네 분들을 만나 인사를 하게 되었다.
"그래, 겉으로 보이는 얼둘이 뭐 그렇게 중요해. 마음으로 만나면 되지.....,"란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화장은 예의라는데......., 어쩔 수 없이 피곤해 보이는
'쌩얼'로 부지런히 웃으며 인사를 했다.

음식이 나오면 서로 "보나 뻬띠~또(Buono appetito) : 잘 먹겠습니다."라고 한다.
"감사합니다."는 "그랏쩨(Grazie), 낮 인사는 "본조루노~~(Buon giorno)'라고 하는데 꼭
프랑스어 같다.

지로꼬 신부님의 고향인 체세는 로마 시내에서 약 두시간 정도를 기차를 타고 가야 한다.
'성체 기적의 성당'이 있는 란치아노와 딱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다.
체세로 가기 위해서는 아베자노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다시 체세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야
하지만 로돌프 신부님과 신부님의 남 동생이 마중나와 계셨다.

체세마을은 전형적인 이태리의 산간 마을중의 하나이다.
우리가 기차로 도착한 아베자노는 1915년 대지진으로 약 3만명이 재해를 당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로돌프 신부님께서는 아베자노를 지나갈 때 지진이 난 곳과 오래 전에는
큰 호수였는데 독일군들이 모두 매립을 해서 마을이 생긴 곳들을 자세하게 설명 해 주셨다.

체세 마을에 들어서니, 마을 입구에서부터 토요일날 있을 마을 축제를 위해 조명들을
설치하고 있었다. 무대도 설치하고, 무대 위에는 각종 악기들을 가져다 놓고 연습이
한창이었다. 신부님께서 태어나신 집은 신부님의 동생인 오타비아노(Ottaviano Cipolone, 64세)가
지키고 있는데, 부인은 로마 시내에서 의사 선생님이라고 한다.
오타비아노씨는"이 곳 체세 마을은 평소에는 약 400명정도가 살고 있고, 이렇게 여름 휴가가
되면 도시에 가 있던 가족과 친척들이 오기 때문에 몇 천명에서 1만명 까지도 된다."고 한다.

이태리를 여행하다 보면 높은 산 꼭대기이나 중턱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거의 빈집들이 많다고 한다. 체세마을 역시 자녀들은 도시에서 공부하고, 일 하고
휴가 때는 그렇게 고향마을로 와서 함께 지내게 되어 지금은 주민이 많이 살고 있는 것 같아도
모두 다 떠나고 나면 다시 마을은 조용하고 적막하게 될 것이다.



* 위의 사진은 로돌프 신부님과 함께 동생 댁에서......, (지로꼬 신부님이 태어나신 생가이고
가장 위의 선반위에 있는 나무로 만든 라디오는 신부님의 아버님이 쓰시던 물건이라고 한다.
그 밖에 쓰시던 탁상시계, 지로꼬 신부님이 1950년대 한국에서 계실 때 찍은 흑백 사진 앨범등이
잘 보관되어 있었다. 그 사진들을 보면 신부님께서 얼마나 한국을 사랑하고 계시는지 잘
알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