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교민소식지 5월호' 원고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항상 돈 애기 꺼내기를 꺼린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일찍부터 경제의 중요성을 의식하면 “어린애가 벌서 돈을 밝히다니......,” 하면서 순수하지 않은 것처럼 여긴다. 하지만 돈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서, 돈을 모르고서는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사람은 돈만 쫏아서도 안 되겠지만, 돈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나는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경제에 대한 올바른 관심과 지식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이 같은 경제 관념은 성인디 되고 나서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서서히 길러지는 것이다.

처녀 시절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경제 문제에 눈을 뜬 이후, 나는 줄곳 경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경제 신문도 읽고, 경제 관련 서적도 읽고, 적은 돈을 가지고 직접 투자도 해보았다. 아이가 비교적 어렸을 때부터 경제 분야의 책을 읽고, 투자가라는 꿈을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경제에 관심이 많은 엄마를 보고 자란 게 가장 큰 원인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의사 집안에서 의사가 많이 나오고, 성직자 집안에서 성직자가 많이 나오고 예술가 집안에서 예술가들이 많이나오는 것은 부모와 자식이 같은 유전자를 타고났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부모의 관심사가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전해진 이유도 크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같이 책을 읽고, 끊임없이 대화하는 동안 경제는 줄곧 우리의 주된 관심사였다. 내가 경제 분야를 가치있게 생각하고 재미있게 여기니, 아이도 ‘경제가 중요하구나.’, ‘경제란 재미있는 거구나.’하고 생각하게 되엇던 것 같다. 부모가 ‘돈이란 부질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돈 버는 일을 하찮게 생각하면 아이도 비슷한 생각을 하기 쉽다. 아이가 경제적으로 여유 있게 살기를 바라면서 돈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일 것이다.

또한 돈이 많다고 무조건 행복한 것도 아니다. 열심히 일해 번 돈을 가치 있게 쓸 수 있
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돈과 경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어려서부터 돈 문제에 대해 행각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아이를 행복한 부자로 만들려거든, 우선 아이에게는 돈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부터 심어줄 일이다. 그런데 내가 처음 아이에게 경제에 대한 관념을 심어준 것은 특별히의도한 것이라기보다는 내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반영될 결과라고 불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 투자가의 꿈을 가지게 되면서부터는 경제 교육도 구체화되었다. 아이가 투자가, 금융가, 경영인, 경제학자 등 경제 분야의 일을 하고 싶은 아이들이라면 당연히 경제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다른 아이들에게도
경제 교육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반인 경제를 모르고서는 사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사회를 제대로 모르고 서는 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사회를 제대로 모르고서는 한 사회를 이끌거나 변화시킬 수 이Tw는 힘을 지니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이가 돈에 대해 올바를 가치관과 정보를 갖도록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생님은 부모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뿐 아니라 부모가 직접 보여주는 경제 활동을 통해 가장 먼저 경제를 배우기 때문이다.

나는 경제학자도 아니고 경영인도 아닌 평범한 엄마로서 체계적으로 경제를 가르칠 만한 형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만큼은 가장 비중 있는 경제 선생님이었다고 자부한다. 아이가 처음 경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고, 돈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해 주었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취치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었으며, 돈을 가치 있게 쓰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을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도리어 아이가 나에게 경제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의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경제를 잘 모르는 평범한 엄마들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경제 교육으로는 어떤 게 있을지 도움을 주고자 내 개인적 경험을 더듬어봤다.

1. 생활 속에서 경제를 이야기하자.

원래 내가 경제에 관심이 많아 아이와 대화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제 이야기가 나오는 적이 많았다. 그런데 경제에 대해 말한다고 하면 으레 딱딱하고 지루하리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아이에게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부터 이야기해주니 의외로 재미있게 잘 들었다. 먼저 아빠가 하는 일과 관련하여 경제에 대한 원리를 설명 해 주었다.

“아빠가 아침에 출근하면 어디로 가실까?”
“회사요.”
“맞아, 아빠는 회사에 가서 일을 하시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아와서 이렇게우리가 편안히 살 수 있는거야. 아빠처럼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을 경제 활동이라고 하지.”
“아빠는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시는데요?”
“아빠 회사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어내. 그 중에서 우리 아빠는 ‘회사에서 어떤 물건을 만들어야 사람들이 좋아하고 살까’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을 하셔.”
“직접 만드시는 게 아니고요?”
“”응, 경제가 움직이려면 직접 물건을 만드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물건을 만드는 사람을 관리하는 일, 제품을 개발하는 일, 그 제품을 파는 사람도 필요하단다.“
이렇게 아빠가 하는 일을 중심으로경제아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해주니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이가 더 자라 초등학생이 된 다음에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가 있엇다. 아이는 그 동안 많이 커서 제법 심각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엄마, 아빠 회사는 우리가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팔아 돈을 번다고 하셨죠? 그런데 꼭 뭘 만들어야만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렇지, 아빠 회사처럼 물건을 만들어 돈을 버는 것을 ‘제조업’이라고 하고, 돈을 다른 데 투자하거나 관리해서 더 많은 돈으 벌어들이는 ‘금융업’이라는 것도 있단다. 은행이나 증권회사 같은 데가 그런 곳이지. 또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가르쳐서 돈을 버는 분들도 계시고......, 이 세상엔 돈을 버는 방법이 정말 다양하단다. 아마 수천, 아니 수만 가지도 넘을 걸.”
“와, 정말이요?”
“그럼, 아빠처럼 회사에 취직해서 월급을 받는 방법도 있지만, 자기가 직접 어딘가에 투자를 해서 돈을 버는 방법도 있지. 그러니 그 많은 일 가운데 너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잘 생각해보렴.”

이처럼 한 번 이야기가 시작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끈이 날 줄을 몰랐다. 경제 관념이 생기자 아이도 경제 신문에 난 기사나 경제인들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게 되어 우리의 대화도 더욱 넓어지고 깊어졌다.

또 한가지 생각나는 것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경제 교육에 이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성공한 경제인들의 전기나 자서전을 읽어보면 어릴 적에 카드놀이 같은 게임을 즐겼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GE 회장 잭 웰치는 어릴 적에 어머니와 카드 게임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고백한 바 있고, 마이크로소포트 사의 빌 게이츠도 유년 시절에 할머니와 함께 카드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카드놀이 같은 게임이 아이들의 승부 근성을 키우고 인간관계의 기술과 위기 관리 능력 등의 기업가적 기질을 기르는데 효과가 잇는 게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알았던 것은 아니지만 내 아이도 어릴 적에 VIDTORIAOPLLY'라는 게임을 아주 좋아해서 자주 했다. 주로 아빠나 내가 상대가 되어주었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아이 혼자서 두 사람의 역할을 모두 한 적도 많다. 그 정도로 푹 빠져서 좋아했다. 이 게임은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에도 소개된 게임인데, 아이가 부동산이나 주식, 채권 같은 다양한 투자 수단을 가지고 자산을 불려나가도록 만들어져 있다. 어떻게 해야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자산을 최고로 늘린 수 있는지, 어떤 때 과감히 투자를 해야 하고 어떤 때 위험을 피해야 하는지 생각하게만드는 게임이엇다. 아이는 이 게임을 하면서 잠재되어 있던 승부 근성도 발견하게 되고, 경제 관념도 기르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넌 것 같다. 라른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오이처럼 생활 속에서쉽게, 재미있게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 다음 달에 ‘경제교육으로 아이를 행복한 부자로 키우자’에 대한 칼럼이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