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대화의 고리를 만들어준다.

아이를 잘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데 대화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커가면서 자녀와 대화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하소연
하는 분들을 자주 봤다. 요즈음 흔히들 '아들은 어려서는 아들인데, 중학생이
되니 사촌이 되고, 대학을 가니 팔촌이 되고, 결혼을 하고서는 사돈이 된다.'
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요즘엔 아이들이 워낙 성숙하여 초등학교 3~4학년만 되어도 엄마 대신
친구들만 찾고 고민이 있어도 저희들끼리만 주고받는다고 걱정하는 엄마들도
많다. 자신만의 독립된 영역을 확보하려는 것은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로 기쁘게 봐야겠지만, 부모 입장에선 같이 하고 싶은 것이 많으니 아쉽기만
하다.

나는 다행히건훈이가 어릴 때부터 2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한 번도 대화가
차단되었다고 느끼지를 못했다. 이렇게 나와 건훈이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을 수있었던 것은
'독서' 때문이다.

아이들이 엄마와 대화하기를 꺼리는 것은 '엄마는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마 입장에서도 아이들의 문화와 생각을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심리적 벽이 점점 더 아이와의 대화를 가로막는다.

하지만 나는 건훈이와 관심 분야의 책을 함께 읽음으로써 그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특히 건훈이가 초등학교ㅗ 고학년이 되면서 책을 통한 우리의 대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건훈이가 자신의 꿈을 확실히 갖게 되고, 관심분야도
확실해지면서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미리 찾아서 읽어보고 좋은
내용은 스크랩을 하거나 이야기로 들려주었다. 책을 읽다가 건이가 읽을
만하다고 생각되면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저 책 참 재미있더라. 하고 말
해주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독서를 강요하지는 않았다.
'엄마가 잭월치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참 감동적이더라. 너도 나중에 한 번
읽어봐.'
"<백만장자 마인드>라는 책이 새로 나왔는데, 재미있을 것 같더라.'

이 정도로만 운을 뛰워두고 아이가 스스로 찾아 읽게 했다. 물론 건훈이가 내가
원하는 대로만 따라 준 것은 아니다. 내가 읽기를 바라는 책에 전혀 관심을 안
보이기도 했고, 때로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수준 높은 책을 읽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함께 독서를 하면서 관심 분야를 공유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우리의

대화가 깊고 풍부하게 지속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대화하는 동안만은 엄마와
아들이 아이나, 서로의 지적 활동을 자극하는 좋은 벗이 되곤 했다.

이처럼 처음에는 내가 건훈이의 독서를 이끌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건훈이가
나의 독서를 많이 도와준다. 언젠가 건훈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영문판 책을
한 권 내 밀었다.
'엄마, 이 책 너무 감동적이예요.'
'어떤 책인데?'
'<하느님은 나의 브로커>라는 책인데오, 지금 미국 월스트리에서 '가나 펀드'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예요.'
'우리나라에는 안 나와 있을까?'
'그럴 거예요. 나온 지 얼마 안 되거든요. 제가 읽어드릴께요.'

건훈이는 자리에 앉아 책장을 넘겨가며 책 내용을 자세히 이야기 해 주었다.
월스트리트에서 투자가로 활동하던 저자가 투자에 실패하여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다가 '가나 수도원'이라는 가난한 수도원에 들어가 우연한 기회에 투자를 다시
시작하여 엄청난 돈을 번 이야기, 그렇게 잘 나가던 중 다시 실패했으나 결국엔
그 실패를 딛고 다신 일어선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그러져 있었다. 어찌나 재미있고
감동적인지 건훈이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는 '그래서 어떻게 되었니?'하고 아이를
재촉했다. 어려운 경제용어가 나오면 건훈이가 친절하게 일일이 설명해주곤 했다.

이렇게 건훈이와 나는 좋은 책이 있으면 서로 권하지 못해 안달이다. 그리고
책을 읽은 감동은 대화로 함께 나눈다.

아이가 부모와 대화하면서 자라기를 바란다면, 먼저 같이 독서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특별한 노력 없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서로를 더욱 존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