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의 여름, 온 나라가 월드컵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 올랐다. 내가 살고 있던
사택 공터에는 회사에서 큰 스크린을 설치 해 주었고 모두들 나와 춤도 추며 "대~한민국"을
큰 소리로 외치며 응원을 하고 있었다. 그 때는 IMF로 우리 가정도 무척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이기도 했다. 건훈이는 방학에 집에 오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해 보겠다고 한다.
"친구들은 스타벅스나 식당 같은 곳에서 일을 하는데 저도 그렇게 해 보려고 해요."
"엄마 생각에 이왕이면 런던 시내 중심부에서 큰 매장 같은 곳으로 한 번 알아보면 어떨까?
배울 것이 더 많을 텐데 건훈이 생각은 어때?"
"음, 제가 과연 해 낼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그래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한 번 도전해 보는거야."

사실 내가 그렇게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내 어머니의 영향이 큰 셈이다.
어머니께서는 항상 "사람은 큰 물에서 놀아야해. 그래야 보고 배울 게 많은 법이다."라고 말씀
하시며 우리 오남매를 모두 서울로 유학을 보내 주셨다.
그리고 우리가 살 집도 서울의 가장 중심부인 중앙청 부근에서 얻어 주셨다.

건훈이는 더운 여름 날 정장을 하고 소개서를 약 20장 정도 들고 다니며 시내 가장 중심부에
있는 매장들을 다 돌아 다녔다고 한다. 사실 경험도 전무한 건훈이가 그런 매장에서
일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미리 포기를 하는 것 보다는 그래도
새로운 도전을 통해 사회라는 것을 많이 배울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 해 보라고 했다.
건훈이는 '알마니', '닥스', '버버리'등 의 세계적인 의류 매장을 하루종일 뛰어 다녔다는데
며칠 후 '닥스'에서 연락이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매장에서 한번 씩 패션쇼가
열리기도 하는 데, 그 때는 전 세계에서 바이어들이 와 옷을 한꺼번에 구입을 한다고 한다.
또한 옷을 맵시입게 입는 법도 배웠고, 많은 바이어들을 통해 비지니스와 각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사회성도 배웠다고 한다.
보수 역시 스타벅스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친구들보다 훨씬 더 많았다.

아이들은 가정 안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회 구조를 알게 된다. 사회성을 키워 주는 것 역시
부모의 역활이 중요하다. 길은 부모가 먼저 제시해 줄 수 있지만 강요보다는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이거는 이렇게 해라.'라는 말 보다는 "엄마 생각에 이것은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라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장난감을 사 달라고 하는 아이에게
무조건 부모가 사다 주는 것 보다는 아이와 함께 가서 다른 것과 비교도 해 가면서 고르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충분히 고를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다.
너무 비싼 장난감을 고를 때에도 부모가 "이건 너무 비싸서 안돼"라는 말 보다는
"엄마 생각에 이 장난감은 너무 비싸지만 저것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서 저걸
권하고 싶은데, 어때?"라고 말을 해 준다.

어떤 선택을 하던지 간에 부모는 보조자 역할을 해 주고 판단은 아이 스스로 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아이가 그런 경험들을 통해 책임감을 더 가질 수 있고, 나중에 어려운 일이 생겨도
쉽게 포기하는 것 보다는 이겨낼 수 있는 힘도 커진다. 그리고 아이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도록 엄마가 먼저 긍정적인 말을 해 주어야 한다. 그런 긍정의 말과 생각속에
자신감은 자랄 것이다.

유태인의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놀 때는 장난감을 나누어주어라,", "친구들에게
다정하게 대해라,'는 말을 많이 해 준다. 어릴 때부터 협동정신을 키워 주는 것이 것이
중요하다. 사회성이란 결국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므로 아이가 친구들과
놀면서도 사회성을 배우는 것이다.

또한 부모 스스로 아이와 약속한 게 있으면 잊어버렸다는 핑계를 대지 말고 약속을
지켜 주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하는 봉사활동에 참여를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아이가 어떠한 일을 혼자서 결정하려고 할 때 무조건 동조를 하거나 안 된다는
말 대신 의견을 말 해 주면서 유도를 하는 것이다.

보통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 '숫기가 없다'고 말한다.
지금 세상은 초고속 인터넷처럼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그런 세상을 사는 우리들은
'숫기 없는 사람'보다는 어느 곳에 가든, 어떤 사람들을 만나건, 잘 어울릴 수 있어야 하고,
자신감있는 태도와 사회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